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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탈좀요

오태헌 2020. 5. 2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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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도 어김없이 코인 획득 두배 이벤트를 하면서 메창답게 바쁘게 코인을 모으며

나름 짭짤한 자쿰을 잡기위해 매칭 잡았을 때

 

우리는 우리와 함께 같은 서버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보스를 매칭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스쳐가는 인연일 뿐 다들 빠르게 파티 탈퇴를 눌러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는 없이

단순히 자쿰이라는 데이터를 쓰러뜨리고 또 다른 게임 상의 재화로 취급되는 데이터를 획득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매칭을 잡은 상대에게 갑작스럽게 초대 메세지가 온다면 여러분은 어떨 것 같나요?

갑작스럽게 찾아온 상대방의 이야기.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에게서의 사람 냄새는

적막한 게임 세계에 한줄기 빛과 같은, 따뜻한 밥 한공기와 같은 역할을 하곤 합니다.

 

어제 저녁, 제가 바로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파탈좀요'

 

아, 이 얼마나 한국적이고 사람다운 모습인가요.

한국 사람의 자랑인 BBar-Lee Bbar-Lee 문화를 쉽게 볼 수 있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치 집에서 먹는 따뜻한 된장찌개와 같은 느

 

낌은 무슨 왜 본인이 탈퇴를 하지 않고 더 귀찮게 저한테 초메를 보내서

파탈을 권유하시는걸까요?

 

마침 예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존예태헌으로 플레이하고있던 저는

저의 캐릭터의 미적 감각에 더해 과묵한 모습을 보여 내적인 아름다움 또한 과시하기 위해

채팅을 치지 않아보았습니다.

 

잠시 후 다시 초메가 왔습니다.

메세지는 거의 10초에 한번씩 오고 있었습니다.

 

이제 조금 더 저에게 관심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과묵한 모습이 신비로운 모습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결과를 불러 일으킨걸까요?

생유산균섭취 님께서는 게임을 하면서도 생생한 유산균을 섭취한 것과 같이

빠르고 더욱 활발하게 반응하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더 침묵을 유지해보았습니다.

 

그러자 잠시 후 다시 초대 메시지가 왔고

 

이번엔 입장하자마자 바로 퇴장을 하셨습니다.

아마도 생유산균섭취 님께서는 게임 이론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계신 분 같습니다.

 

이게 바로 팃포탯(tit for tat : 되갚음) 전략이니 말이에요.

저와 같은 반응을 하는 것으로서 저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구사하고 계십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너가 말을 하지 않으면 나도 말을 하지 않을테니 너는 말을 해야할 것이다.' 

와 같은 것이지요.

 

하하, 하지만 저 역시도 이런 전략을 잘 알고있고 상대적으로 이 상황에서 재미를 즐기고 있는 저로서는

생유산균섭취님께서 주시는 부정적 반응은 저에게 그다지 부정적인 반응으로 다가오지 않기에

제대로 된 되갚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전략을 조금은 더 유지해 볼 생각이었습니다(만..)

 

 

'야' 라는 말과 함께 저를 마지막으로 불러보시고는

 

생유산균섭취 님께서는 저와의 게임을 포기하고 자진 탈퇴하셨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만난 좋은 친구를 잃고싶지 않아

 

다시 파티초대를 해보았지만

 

저와 함께했던 파티는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그는 이미 저와는 다른 파티를 열고 말았고

 

더 이상 저와의 메세지도 하고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해오셨습니다.

 

아, 조금만 더 친절하게 플레이를 하면 좋았을 것을.

결국 최고의 전략은 그 어떤것도 될 수가 없다는 것을 이번 게임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 파티 탈퇴 게임에서는 비록 승리를 거머줬지만 '그'라는 사람을 잃고 말았으니까요.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고해서 나를 방해하는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리게 된다면

자신은 세계 최고이면서 세계 최저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번 게임을 통해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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