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기/생각 : 나도 뭘 쓰는지 모름

다단계 기업으로 알려진 암웨이

오태헌 2019. 6. 10. 00:11
반응형

다단계 기업으로 알려진 암웨이

 

 학교다닐때 알고 지내다가 성인이 돼서 오랜만에 연락이 오면 장난삼아 '왜, 전기 장판 사야돼?' 라는 식으로 장난을 치곤 합니다. 이미 우리의 인식속에 '오랜만에 연락하는 것 = 다단계 물건 판매' 라는 인식이 있고 그러한 것들이 별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많은 다단계가 불법인 이유에서도 있고 이러한 다단계로 인해 인생을 날려먹었다는 뉴스 기사도 예전부터 접해왔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아는 분이 '성공한 사람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셨습니다. 그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새로운 안목을 기를 수 있다는 이야기에 사람 좋아하는 저는 흔쾌히 승락을 했고 직접 가보니 정말 사람들이 굉장히 많고 나이대도 30대부터 6, 70대까지 다양했습니다. 아쉽게도 제 나이 또래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친구는 뭔가 좋은 내용이 있겠지하고 강의를 들으러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듣는데 내용이 전부 '암웨이'라는 기업을 칭찬하는 이야기밖에 없었습니다. 조금 더 듣고나니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암웨이'라는 기업의 높은 등급인 다이아몬드 이상인 등급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그 기업에 속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어후...

 

암웨이가 60년 됐고 해외 여행까지 보내주는 짱짱 기업이라고 얘기하시는 중

 얼마 전 읽은 바른 마음에서 우리는 감정으로 먼저 직관을 내리고 사후 추론을 내린다고 했는데 이 이야기를 들을 당시 제 감정 판단은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암웨이가 뭔지도 몰랐는데 사람들이 신성시 하고 있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떠한 것을 신성시 하는 것의 거의 대부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데 (교회도 이 때문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곳에서는 사람들이 암웨이는 정말 굉장히 신성한 그룹인양 칭찬을 하고 있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두번째는 선입견 때문이었습니다. 다단계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었기 때문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하고 저 사람들이 실제로 이러한 방법을 통해 많은 돈을 벌었고 나 역시 가능하다고 해도 제 감정에 이 일이 좋아보이진 않았습니다. 법적으로의 올바름의 문제를 떠나 그냥 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 후 당연한 절차로 저에게도 역시 암웨이 사업을 함께 하자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라는 이야기를 듣고 '네 ㅎㅎ;;' 라고는 대답을 했지만 저는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했습니다. 우선 제가 암웨이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정말로 좋은 물건을 파는지 또 이런 판매 방법이 내가 생각하던 나의 미래에 부합하는지를 알아봐야 했습니다. 단순히 선입견때문에 막무가내로 거절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찾아본결과 저는 제의를 해주신 분께 거절의 카톡을 보냈습니다. 그 분께 거절의 이유를 상세하게 밝히진 않았지만 블로그엔 간단하게라도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상품평이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암웨이에서는 굉장히 많은 물품을 팔고있었습니다. 생필품의 대부분과 화장품, 가전제품들까지 팔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후기에서 보통의 품질 높은 가격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제가 효율성을 심하게 따지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보통의 품질을 높은 가격에 구입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저는 보통의 품질의 물건을 보통의 가격에 구입하는 사람입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물건을 제가 직접 써본 경험이 있거나 제 또래 친구들이 사용하는 적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개인적으로 저는 사용할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사용할 것 같지 않은 물건을 다른 사람한테 파는 일을 하는 것은 제 성격상 맞지 않는 일이라 힘들다 판단을 내렸습니다.

 두번째로 저의 인간관계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20대다보니 당연하게도 20대 친구들이 많습니다. 우리 또래의 친구들에게는, 아니 적어도 제 주변의 친구들은 다단계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아무리 합법적인 다단계라고 하더라도 친구들의 감정이 변할 것 같지 않습니다. 어떤 친구가 A라는 물건을 구입할 생각이고 마침 제가 A를 제조하는 기업에 다니고 있다면 그 친구가 저를 통해서 물건을 구입할 수는 있지만 제가 일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해서 전혀 알지도 못하는 B 제품을 구입하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친구는 저를 보고 그 물건을 구매하긴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저 역시 그 친구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저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많은 친구들에게 권유를 하게 되면 저는 물건을 구입해준 친구들이 너무 많아져 합당한 보상을 하지 못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저의 인간관계는 서서히 조금씩 무너지게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원하는 직종이 아닙니다. 저는 지금까지 방문 판매를 해보겠다는 꿈을 키워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키워봤던 꿈은 꽤 여러 종류가 있는데 아쉽게도 이러한 모습은 제가 어렸을때부터 그려온 저의 미래의 모습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저는 초중학생때는 선생님도 되고싶었고 의사도 되고싶었고 요리사도 되고싶었고 프로게이머도 되고싶었고 학원 강사도 되고싶었지만 방문 판매원은 되고싶어하지 않았습니다. 고등학생 때도 역시 기타리스트, 작곡가, 어찌됐든 음악가, 아니면 사회복지사 등등 여러가지 꿈을 꾸었지만 방문 판매원은 아니었습니다. 이후에 제가 방문 판매원이 된다면 이것은 어렸을 때부터 그려오던 이야기에 맞지 않는 이야기가 되는 것 입니다.

 

 따라서 저는 거절했습니다. 감정에서 별로 좋은 직관을 내리지 않았기에 여러 이유들을 제시하며 거절을 하게 된 것이겠죠. 물론 저는 이 판단을 시간이 지나서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그때 이런거라도 해놓을껄 그랬네..' 하고 말이에요. 마찬가지로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을 나쁘게 이야기 하고싶지도 않습니다. 저한테 제의를 해주신 분 역시 나쁜 의도로 저에게 이런 일을 권유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보고 교회를 다니라고 얘기해주시는 저희 할머니도 저를 위해서 말씀해주시는 것일테고 암웨이를 소개해주신 분 역시 알바해서 작은 돈을 벌고있는 제가 가여워보여서 손을 내밀어주신 것일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일을 해서 성공을 하시고 새로운 인생을 찾으신 분들도 있으실테기에 '암웨이는 다단계 기업! 나쁘다!' 라고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이 일이 저에게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에요.

 

세상하는 여러 종류의 일이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강의 내용은 사실 흥미가 없어서 와닿진 않았지만 그 것과 별개로 소소한 재미는 있었고 당연히 말씀하신 분의 의도하신 것과는 다른 것이겠지만 나름 깨달음도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반응형